조혜정 변호사

Q) L씨는 지난 82년 K씨와 결혼해 아들과 딸 한 명씩을 낳고 살다가 이혼했습니다. 아들은 K씨가, 딸은 L씨가 키우기로 했습니다. L씨는 10년전 J씨와 재혼했고, J씨는 L씨의 딸을 양녀로 입양하여 같이 키워왔습니다. 반면, 친부인 K씨는 이혼 후 딸과는 별로 교류가 없었고 양육비도 주지 않았습니다.

L씨의 재혼생활은 평온했지만, 양부인 J씨와 L씨 딸의 성이 달라서 이력서나 주민등록등본 등의 서류를 제출해야 할 때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등 불편을 겪어왔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L씨는 딸의 성을 계부인 J씨의 성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L씨 딸 역시 계부 성을 따르기를 원하는데, 문제는 친부인 K씨가 딸의 성 변경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L씨는 친부의 반대가 있어도 딸의 성과 본을 변경할 수 있을지 알고 싶습니다. 

A) 2008년 호주제 폐지와 민법개정에 따라서 자녀의 성과 본(本) 변경이 가능하게 됐습니다(민법 제781조 제6항).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수많은 이혼, 재혼가정 자녀들의 성 변경이 이뤄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가 자녀의 성과 본을 자신이나 계부의 성과 본으로 바꾸려고 하는데, 친부가 이를 반대할 경우에도 변경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가 대두되었습니다. 친부의 동의가 법률적 요건은 아니지만, 친부의 동의가 없을 경우 법원은 자녀의 성과 본 변경에 대하여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최근 ‘친부가 강력히 반대해도 자녀 성과 본 변경이 가능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위 사례는 최근 대법원 사안 그대로입니다. 이 사건을 맡았던 1, 2심 재판부는 친부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고, 딸의 성을 바꿀 경우 아버지와 같이 살고 있는 아들과 딸의 성이 달라지게 된다는 점, 이미 성년이 된 딸이 그동안 계속 친부의 성으로 불려지면서 생활관계를 형성해왔다는 점을 중시하여 딸의 성 변경을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런 1, 2심의 결정이 옳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자녀의 성과 본 변경 허가에 있어서 고려할 요소로 크게 두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변경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내부적으로 가족의 정서적 통합에 일어날 장애, 대외적으로 있을 수 있는 편견, 오해 등 불이익입니다. 다른 하나는 자녀의 성과 본 변경이 이루어질 경우 있을 수 있는 정체성의 혼란 및 친부, 형제자매와의 유대관계 단절, 부양의 중단 등의 불이익입니다. 예상되는 이 두가지 불이익의 정도를 비교하여 자녀의 행복과 이익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합니다(대법원 2009스23결정).

이런 원칙 위에서 대법원은 범죄, 법령회피 등 불순한 의도로 성과 본 변경권을 남용하는 경우에 해당하지만 않으면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성과 본 변경을 허가해야 하며, 친부의 반대가 있더라도 자녀의 복리가 더 중요한 경우에는 성과 본 변경을 허가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대법원의 입장에 따르면 자녀의 성과 본 변경을 원하는 경우에는 변경되지 않을 경우의 불이익에 대해서 상세히 소명하면 대체로 변경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성과 본에 대한 기존 질서가 어느 정도까지 변화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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