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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기고
‘생각’만 있고 ‘행동’ 안 하는 미혼부들
최근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실시한 재미있는 설문조사 결과를 신문에서 읽었다. 교제 중 본의 아니게 임신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결혼 희망 미혼 남녀 53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것인데 이 질문에 많은 남성들은 ‘결혼을 할 것’(67.2%)이라고 대답했으며, 미혼 임신·출산·양육에 대해서도 남성이 여성보다 매우 높은 비율로 수용적인 태도를 보였다(남49.3%, 여 15.7%).
과연 현실에서는 어떨까? 이 설문조사가 현실에도 그대로 반영됐다면 우리는 주변에 아이 양육에 열심인 많은 미혼부들을 볼 수 있어야 하고, 미혼부 양육 책임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자신이 낳은 아이를 스스로 키우려는 미혼모 가정은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양육을 책임지려는 미혼부 증가는 거의 체감할 수 없다. 지난 2010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미혼부로부터 양육비를 받고 있는 미혼모는 불과 12.7%에 지나지 않았다. 결혼정보회사의 설문 결과와 이 통계의 차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생각’은 있으나 ‘행동’은 하지 않는 한국 남성의 용기 없는 슬픈 자화상이다.
지난 4년간 미혼모의 권익활동을 하며 많은 미혼모 여성들을 만나왔다. 아이 아빠에 대해 물었을 때 그들은 한결같이 임신 소식을 전달받음과 동시에 ‘낙태를 권유했다’ ‘연락을 두절했다’ ‘전화번호를 바꾸고 종적을 감추었다’고 답변을 했다. 모두 사귀던 여자 친구가 임신을 하면 낙태를 권하다 연락을 두절하라고 어디선가 집단 교육을 받았든지, 아니면 모두 동일인이 아닌가 할 정도로 그들의 반응은 완전히 똑같았다.
최근 한 엄마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는데 그녀는 이렇게 썼다. “더 이상 책임과 사랑으로 가족을 구성해 행복해지려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한다”고. 그리고 지금 아이가 아픈데 아픈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미혼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더 힘들다고.”
지하철에서 또는 공원에서 사람들은 아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빠는 어디 있니?”란 질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대서 미혼 엄마들은 너무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 왜 우리 사회는 아버지이지만 양육의 책임을 지지 않는 그 아버지는 도대체 어디에 있냐고 좀처럼 묻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그 많은 남성들은 성행위는 임신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임신은 출산으로 이어지고 출산 뒤에는 양육의 책임이 따른다는 이 자명한 사실을 왜 이토록 모른단 말인가.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미혼부의 책임 강화 방안’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양육에 동일한 책임을 지고 있는 미혼부의 매우 저조한 양육 책임 이행 현실을 분석하고 그 강화 방안에 대한 정책적 제안을 하고 있다. 이로써 한국 남성의 생각과 행동의 심한 불일치가 조금은 개선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
지난 2010년 EBS의 ‘지식채널e’ 중 ‘그 남자의 권리’ 편에서는 맷 두베이라는 미혼부의 사례가 소개됐다. 그는 “원치 않는 임신의 경우 여성들은 낙태, 입양, 양육 중 선택하는 순간이 있는 것처럼 남성들도 재정적 책임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소송을 냈다. 여기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그러한 처지의 남성들이 겪는 불평등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부모로부터 경제적 원조를 보장받아야 하는 아이의 권리”라며 패소판결을 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판결이 많이 있기를 바란다.
권희정 /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
1179호 [오피니언] (2012-03-30)
1179호 [오피니언] (2012-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