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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호

 

이 땅의 모든 엄마는 자신의 아이를 키울 권리가 있다

㈔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강경희 신임 대표

"우리는 사회적 약자가 되기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싸워야 한다면 기꺼이 그러겠습니다.
아이는 짐이 아니라, 우리의 힘이니까요."
- 미스 맘마미아, 양육 미혼모 당사자들의 목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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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해외 입양을 보내는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 이제는'고아 수출 1위'라는 불명예는 벗었지만, 여전히 입양 문제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아직도 미혼모가 출산한 아동 87.5%와 장애아동 98.9%가 해외로 입양된다.
태어난 나라에서 말과 문화를 익히기도 전에 외국으로보내는 것이 경제 규모 12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지난 5월 11일'싱글맘의 날'을 맞아 얼마 전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KUSMN) 대표로 추대된 강경희 씨를 만났다.
강 대표의 똑 부러지는 언변과 친근감 느껴지는 말투는상당히 호감을 줬다. 또한 인터뷰 내내 보여준 그녀의 여유로움과 백만불짜리 환한 미소는 잊을 수가 없다.

스스로 물고기를 잡는 법

(사)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KUSMN)는 20년 전 한국에서 딸을 입양한 미국인 의사 리차드 보아스 박사가 설립한 미혼의 임신 여성과 미혼모, 그들의 자녀들을 위한 권리옹호 단체이다.
사단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강경희신임 대표는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보아스 박사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한 시설에서 미혼모들이 아이를 낳기도 전에 사회적 차별과 편견 때문에 아이를 입양 보내기로 결정하는 것을 본 박사님께서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를 만드셨습니다. 그는 아이를 입양 보내는 엄마들이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회의 뿌리깊은 낙인 때문이란 것을 아셨던 거죠."
1988년 보아스 박사는 미혼모가 낳은 생후 4개월 된 한국 여자아이 에스더를 입양했다. 그리고 지난 2006년 한국 미혼모 시설을 방문한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10, 20대 미혼모들이 사회적편견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출산도 하기 전에 양육을 포기하고,그것 때문에 가슴 아파했던 것이다. 그래서 2007년 사재를 털어미혼모 권익단체인'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를 설립했고, 미혼모와 자녀들의 자립을 도왔다.5년 동안 단체를 이끌어온 보아스 박사는 이임 인사에서 "미혼모를 지원하는 일은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일로써, 미혼모가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고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며"미혼모 스스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야말로 미혼모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보아스 박사는 미국으로 돌아가더라도 네트워크가 사단법인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앞으로 2년간 운영자금과 전세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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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권리가 있다

"단지 여성이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아이를 포기하고 입양을 보내도록 하거나, 어렵게 양육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빈곤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게 한국의 현실입니다. 이것이 엄마와 아이, 그리고 사회 전체적으로 매우 안타까운 일이죠.
여성은 임신과 출산을 통해 이미 엄마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결혼 여부에 상관없이 여성이 아이의 양육을 원할 경우, 원가족(原家族)과 사회는 이들에 대한 낙인을 거두고 충분한 정서적·경제적 지원을 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강 대표는 이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변화시키고자 한다. 나아가 미혼모들과 그 자녀들의 경제적,정치적, 사회적 가능성을 높이고, 미혼모가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어려움을 알리고자 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미혼모가족 지원의 필요성을 교육, 홍보하며 논의를 활발히 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2007년까지 한국에는 미혼모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없었고,특별히 지역사회 미혼모들에 관해서도 전무했습니다. 

하지만 한국미혼모지원트워크가 세워진 이후 여성정책연구원에서 재정지원을 통해 실제적으로 미혼모들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들을 시작했죠. 또한 미혼모들의 삶을 편견 없이 알릴 수 있도록 다큐멘터리 지원을 포함한 미혼모 당사자 단체 등 여러 곳에 재정지원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외에 미혼모에 대한 이슈를 알리고, 한국사회에서도 이들을 어림짐작과 낙인으로 바라보는 것이아니라, 한 엄마의 당당한 주최로 바라볼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급증하는 이혼율과 함께, 한 부모 가정에 대한 양육비지급확보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특히 미혼모의 경우 사회적인 편견과 제도적 미흡으로 양육비를 확보하지 못할 개연성이 많아 정책적 보완이 시급하다. 전국의 미혼모 가구 수는 2010년 기준 16만6,609가구로 90년대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상황이다. 통계청의 조사방식이 미혼인 경우 자녀가 없다는 전제를 두고 있음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미혼모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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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에 대한 지원

요즘 들어 미혼모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변하면서 아이를 키우려는 미혼모가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대부분이 심각한 경제적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강 대표는 미혼모들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며 안타까워했다.


'그들이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이 뭐냐'는 질문에 잠시 생각하더니, 마치 준비라도 한 듯 막힘없이 이야기를 풀어냈다."우선 미혼모에 대한 지원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원 시스템도 공정하지 않죠. 지원이란 주거, 육아, 직업교육, 상담, 의료 지원 등을 모두 포함해야 합니다. 정부는 24세 미만의 미혼모에게만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보다 시설에 사는 미혼모에게 지원을 집중하는 것은 미혼모들이 원하는 것도 아니며, 사회적 편견을 지속시킬 가능성도있습니다. 또한 미혼모는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일 경우에만 정부 지원을 받지만, 입양 가족은 무제한으로 더 많은 지원을 받고있습니다. 이는 명백히 이중 잣대입니다. 민주국가라면 도움이필요한 사람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계속해 그녀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미혼모들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주거'입니다. 미혼모의 평균연령이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낮지 않습니다.경기도여성정책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성인 미혼모들이 청소년 미혼모에 비해 훨씬 많습니다. 


하지만 아직 성인 미혼모들에대한 지원이 우리사회에서는 미미하죠. 미혼모들에 대한 지원은시설 위주라 지역사회에 사는 많은 미혼모들이 혜택을 덜 받는것도 사실입니다. 미혼모가 되는 동시에 가족과 노동시장과의 단절이 일어나기에, 대부분의 미혼모들은 월세의 주거형태로 변하게 됩니다. 미혼모들에 대한 주거의 안정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양육과 동시에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미혼모들은 부부의양육 형태와 다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엄마 혼자감당해야 합니다. 다른 이들의 도움 없이 아이를 혼자 키우면서,일반인들과 같은 조건의 직장을 다닌다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한일입니다. 그 외에도 심리적 스트레스와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우울증과 스트레스도 상당하지만, 정확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학교 교육이 절대적이다


한국 정부의 가족정책에서 그동안 미혼모 가족은 소외되었다. 강대표에게 가장 시급한 지원제도가 뭔지 물었다.

"미혼모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적절한 지원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정부는 미혼부가 자식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해야 합니다미혼부는 책임을 모면하거나 소문이 나는 것을 걱정해 입양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혼모는 미혼부의 양육 도움을 받으면서도, 친권 상실에 대한 두려움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정부가 성교육, 부모교육, 상담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죠. 시설에 사는 미혼모들은 이런 서비스를 받을 기회가 많습니다. 


그러나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는 그렇지 않답니다. 정부는 미혼부모를 지원하는 센터들을 통해 육아 미혼모와 임신 미혼모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더불어 정부는 산아제한의 방법으로 써왔던 낙태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피임에 대한홍보도 강화해야 합니다."


인터뷰를 마무리 할 때쯤 미혼모들이 한결같이 외치는 말이 생각났다. 바로'편견이 무섭다'는 것. 이런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학교 교육이 중요합니다. 학교에서는 미혼모가 처한 상황에 대해알려주고, 그들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교육해야 합니다.

일부 미혼모들이 사회 변화를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했듯, 좀더 많은 미혼모가 자신의 삶을 남들과 공유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미혼모가 다른 부모와 마찬가지로 정상적이고, 능력이있으며, 사랑스럽다는 시선으로 봐야 합니다. 미혼모들은 차별 사례를 국민권익위원회와 같은 기관에 보고하고, 문제를 고쳐나가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미혼모들이 차별과 지원의 미비함에 대해법적인 투쟁을 벌일 필요도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낙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미혼모가 늘어난 것도 사실입니다. 청소년이건성인이건 현실적인 성교육이 필요합니다. 


어떤 고등학교는'학교에서 남녀가 손잡으면 벌점 몇 점, 가까이에서 이야기하면 벌점몇 점'으로 규제를 하지만, 그것보다 더 나은 것은 현실을 아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그들이 선택인 것이죠. 성인미혼모들의 경우 그들의 양육을 선택했다면, 예방보다는 잘 양육할 수 있도록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강 대표는"몇 해 전 한국여성재단에서 일할 때 박사님께서 재단을 찾아와'단일민족이라는 한국에서 다문화가족 자녀도 사회통합을 위해 지원하면서, 왜 100% 한국인인 미혼모와 그들의 자녀는 지원하지 않느냐'는 말씀에 너무 부끄러웠다"며"대표를 맡은바 소임을 다해 빠른 시일 내에 이 네트워크가 필요 없는 사회를만들겠다"고 전했다.

 

긴 인터뷰를 끝낼 때쯤에는 강경희 대표의 말들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미혼모 문제가 그렇게까지 심각할까 생각했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다 맞는 말 같았다. 더불어 앞으로 강 대표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그녀가 만들어갈 미래의㈔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가 어떤 모습일지 자못 궁금해진다.



글 정수지 기자 | 사진 이정호 기자


 


※ 출처 우먼라이프 http://www.womanlife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