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혼모의 대부보아스 박사의 고언

 

슬하에 남매를 둔 미국인 안과의사 리처드 보아스 박사는 1988년 생후 4개월 된 한국 여자 아기를 입양했다. 새로 딸을 얻은 기쁨, 좋은 일을 했다는 자부심에 그는 은퇴 후 아예 국제 입양 지원자로 나섰다. 그러나 대구의 미혼모(未婚母) 시설을 찾아 10, 20대 임신부 10여 명의 슬픈 얼굴을 마주한 뒤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달라졌다.

스스로 원해서가 아니라 사회·경제적 억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기를 포기해야 하는 엄마들의 고통이 그에겐 큰 충격이었다. 입양보단 엄마가 아이를 제 손으로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최선이란 깨달음에 2007년 사재 수십만 달러를 털어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를 세웠다. 국내 유일의 미혼모 권익단체인 이곳을 통해 관련 연구를 후원하고 미혼모들의 자립을 도왔다. 마음 둘 곳 없던 미혼모들은 그런 그를미혼모의 대부(
代父)’라 부르며 따른다고 한다
.

그간 미혼모 문제를 외면해온 우리로선 보아스 박사의 헌신 앞에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다. “엄마가 자기 아이를 키우는 건 기본적인 인권인데 한국 같은 부자 나라에서 왜 그것조차 지켜주지 못하는가라는 그의 지적에 차마 할 말이 없다. 보아스 박사는 부디 미국인인 자신의 활동이 한국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미국에선 미혼모의 1%만 아기를 포기하는데 한국은 그 비율이 70%에 달하는 이유, 바로 크나큰 편견과 차별이 사라지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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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그가 후원하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주최한미혼모의 현실과 자립 지원 방안포럼엔 입양 대신 양육을 선택한 미혼모들이 여럿 참석했다. “우리는 죄인이 아니라 우리가 낳은 아이를 키우는 책임감 있는 사람들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이들을 계속 죄인 취급하고 지원에 인색하다면 한국은고아 수출국이란 오명을 벗을 길이 없다. 2008년만 해도 1250명의 아기가 엄마 품을 떠나 낯선 타국으로 입양됐다. 이들이 엄마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는 일에 이제 보아스 박사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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