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활동
[관악] 2012-03-08
세상은 이들에게서 날개를 앗아간다
45호:실화, 잃어버린 이야기/비혼모·비혼부
여울 편집위원 yeoulim@gmail.com
비혼모, 비혼부에 대한 한국 사회의 입장은 ‘외면’이라는 단어로 정의내릴 수 있다. 혼외출산에 대한 도덕적인 비난 속에서 비혼모, 비혼부의 대부분은 가족과 사회로부터 냉대를 받아야 했다. 사회적 약자인 비혼모, 비혼부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정책은 2000년대 이후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등장하였다. 그나마도 이들에 대한 정확한 현실인식과 포괄적인 통계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시혜적인 차원으로 소극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때문에 비혼모, 비혼부들은 경제적, 사회적인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겪는 어려움은 비단 사회적 편견과 인식적인 차원에서 오는 불편함에만 머물지 않는다. 문제의 본질은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 있는 것이 사실이나, 단지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만으로는 그들의 현실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 비혼모, 비혼부가 겪는 어려움은 양육비, 주거시설, 교육권 등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차원에서 벌어진다.[각주:1]
첫 번째, 양육비 및 생계문제
비혼모, 비혼부가 양육에서 겪는 어려움으로 가장 많이 꼽는 문제는 생활비 문제이다. 대부분의 비혼모, 비혼부들이 직장에서 가해지는 차별적인 시선을 견디지 못해 임신과 출산을 전후하여 직장을 그만두기 때문이다. 2010년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42.3%에 달하는 비혼모들이 생계에서의 어려움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자녀 양육을 위해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무엇인가를 묻는 항목에 대한 답변 역시 아동 양육비 지원 및 기초생계보장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조사한 데이터는 이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여실히 드러내 보여주는데, 2010년 조사 대상 비혼모 중 직업 활동을 통해 생계비를 스스로 벌고 있는 이들의 비율은 절반을 간신히 넘기는 52.1% 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비혼모들은 어떠한 근로소득도 없이 정부로부터 기초생계비를 받거나, 가족이나 주변 지인들의 도움을 통해서 근근이 생활하고 있으며, 때문에 안정적인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의 소득이나 고용환경 역시 그리 좋다고 할 수는 없다. 비혼모의 월평균수입은 100만 원을 넘나드는 수준이며, 전체의 73.8%는 월 150만 원 이하의 소득을 얻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일제의 안정적인 고용환경에 놓여있는 비혼모는 다섯 명 중 한 명 정도 밖에 없으며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비혼모들은 불안한 고용환경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자녀의 나이가 어릴수록 양육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이들의 경제활동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비혼모, 비혼부의 생계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기존의 법적 제도적 장치에도 존재한다. 현재 한국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정책과 법률체계는 대부분 가족을 그 기본단위로 삼는다. 그러나 모든 정책과 법률은‘정상가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비혼모, 비혼부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국의 조세체계에서 부부가 함께 취업활동을 하는 맞벌이 가구의 평균소득세율은 2.4%인데 반해 동일한 소득을 받는 비혼모, 비혼부의 경우 평균 8.1%의 소득세를 내야 했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연간 소득이 없는 배우자가 있거나, 배우자가 있는 여성이 가구주일 때, 기타 다자녀가구일 때 등의 경우를 대상으로 하여 소득공제를 해주도록 되어있는데, 비혼 상태인 이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항목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의 경제적 어려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복지급여와 양육비지원 수준은 극히 미미한 수준에 지나지 않으며, 그마저도 수급자격 문제 때문에 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라 만 25세 이상의 성인 비혼모, 비혼부에게는 월 5만 원의 양육비가, 만 18세에서 24세 사이의 청소년에게는 월 10만 원의 양육비와 2만 4천 원의 아동의료비가 지원된다. 이처럼 지원금액 자체도 많지 않지만, 그마저도 대부분 청소년 비혼모, 비혼부에게 집중되어 있으며, 성인 비혼모, 비혼부가 받을 수 있는 지원은 거의 없다는 점 역시 문제의 여지가 있다. 전체 비혼모의 96%가 임신 후 직장을 그만두는 현실에서, 이전의 경제적 기반은 성인 비혼모, 비혼부에게 경제적 해결책을 제공해주지 못한다. 때문에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관계없이 그들이 겪어야 하는 경제적 어려움의 정도는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의 지원정책은 이러한 성인 비혼모, 비혼부의 사회적 배경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 하고 단지 청소년에게만 그 지원범위를 한정하고 있어 성인 비혼모, 비혼부는 더 열악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한부모가족지원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소득인정액 기준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비혼모, 비혼부가 양육비를 지원받기 위한 소득인정액은 최저생계비를 다소 웃도는 130% 이하로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동일한 자녀상황과 가구소득을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비혼모, 비혼부는 배우자가 없기 때문에 가구원 수를 반영하였을 때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한부모가족지원법의 복지급여를 지원받을 수 있는 가족의 선정기준은 2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2010년 월수입이 111만 6천여 원 이하로, 아이를 양육하는 이들의 지출수준이 평균 100만 원을 상회하는 것과 비교해볼 때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직장을 다닐 경우 소득인정액기준 최저생계비 130%를 넘는 경우가 많으며, 대신 아이를 돌보아줄 이가 없기 때문에 얼마를 벌든 아이와 떨어져 있는 시간만큼 보육비를 지출해야 하는 이들로서는 차라리 직장을 그만두고 최저생계비 지원을 받고 살아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기존의 비현실적인 최저생계비 기준은 조금만 경제활동을 해도 대부분의 지원을 받지 못하도록 비혼모, 비혼부를 옭아매고 있어, 이들로 하여금 취업인센티브를 낮추는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소득기준에서 또 하나 문제시 되는 점은 비혼모, 비혼부의 부양자인 부모의 소득과 재산이 그 기준에 포함되어 수급 자격이 되지 않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비혼모, 비혼부 중에서는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부모 등 기존의 가족과 단절되어 어떠한 경제적, 사회적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도 많은 상황이지만 제도는 이를 반영해주지 못 하고 있다. 이는 결국 비혼모, 비혼부가 받을 수 있는 경제적 지원이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정책의 일부로 이루어지고 있을 뿐, ‘비혼모, 비혼부 정책’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즉, 비혼모, 비혼부들이 겪는 문제의 실태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기존의 저소득층 지원 정책을 그대로 적용시켜버림으로써 제대로 된 지원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양육비 지원에 있어서 이들의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책을 재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주거 및 시설문제
비혼모, 비혼부를 배려하지 않는 정책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주거 및 시설문제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정부는 한부모가족을 위한 주택지원 정책으로 국민임대주택 중 일정량을 저소득 한부모가족에게 우선적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서울시 SH공사가 지난 한 해 이를 위해 배정한 국민임대주택 가구 수는 40가구밖에 되지 않았다. 그나마도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하지 못하는 비혼모, 비혼부는 3, 4천만 원 정도 되는 보증금을 마련할 수 없었기에 지원조차 하지 못하거나, 지원하더라도 절반 정도만이 실제 계약을 체결하곤 하였다.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불안정한 그들의 생계상황을 고려하였을 때 수천만 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대출받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전세임대주택과 매입임대주택은 기초생활수급자와 한부모가족을 1순위로 하여 공급하기 때문에 주거문제를 겪는 비혼모, 비혼부들은 우선적인 고려대상이 된다. 그러나 최근 3년간 자활프로그램 참여 여부, 당해 사업대상지에서의 연속거주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저축 가입 여부 등의 배점기준에서부터 비혼모, 비혼부에게 불리한 항목이 많다. 그들은 대부분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때문에 부양가족 수 항목에서 불리하며, 이웃의 불편한 시선 탓에 기존에 살던 지역을 옮겨 와 생활하는 이들이 많아 연속거주기간 항목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는 일이 많다. 구조적으로 배점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가족과 함께 살 경우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을 받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결국 비혼모, 비혼부들은 모자보호시설, 부자보호시설, 혹은 모자/부자 공동생활가정 등 시설에 입소하는 것을 고려할 수밖에 없지만, 이 역시도 열악한 실정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라 미혼모자시설과 미혼모자·미혼모 공동생활가정 등을 운영하고 있다. 미혼모자시설은 꾸준히 증가하여 2000년 8개소, 2005년 18개소, 2009년 현재에는 27개소 정도가 존재하고 있으며, 미혼모자 공동생활가정은 21개소가 운영되고 있다.[각주:2] 하지만 전체 정원이 700명 정도 수준인데 반해 연평균 시설 이용자수는 2,000명을 넘고 있어, 시설을 필요로 하는 수요를 전혀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저소득 모자 세대에게 주택편의를 제공해주는 모자자립시설 역시 41세대만을 받고 있으며 전국에 3군데 밖에 운영되지 않는다. 이처럼 대부분의 시설은 인원의 여유가 없어 대기시간이 길고, 자립기반을 확보하지 못해 입소를 연장하고 싶어도 그 충족조건이 까다롭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들 시설 역시 앞서 언급한 경제적 지원과 마찬가지로 19세~24세에 집중되어 있는 실정이다.
비혼부의 경우 시설문제에서 비혼모에 비해 더욱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현재 비혼부를 위한 부자보호시설은 전국에 단 한 곳 밖에 존재하지 않으며[각주:3], 이마저도 20세대 정도밖에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이다. 현재 모자가정 대비 부자가정의 비율은 4 : 1 정도이며 저소득 부자가정 역시 1만 5천 500여 가구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부자가정의 시설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아직 한국에 비혼부에 관한 인식이 거의 존재하지 않아 관심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시설문제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시설의 부족보다 시설입소로 인해 비혼모, 비혼부들이 기존의 사회생활 및 가족 등과 단절해 생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시설 인프라 자체에 대해서는 만족하는 이들이 많은 반면, 시설 이용 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단체생활로 인한 제약을 꼽는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시설에 거주하게 될 경우 단체 생활의 규칙을 따라야만 하기 때문에 재취업 및 경제자립이 힘들어, 경력에서의 단절을 감수해야만 한다. 시설은 시설대로 입소자들의 프로그램 참여 지수가 높아야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입소자들에게 프로그램 참여를 강요할 수밖에 없다. 각각의 비혼모, 비혼부들이 처한 개별적인 상황에 적합한 지원체계를 제공하지 못한 채, 정해진 규칙을 모든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오히려 이들로 하여금 시설에 매여 다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기존의 비혼모, 비혼부 지원은 시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는 이들에게 안정적인 주거공간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러나 시설입소기간이 1년(저소득층의 경우 3년) 정도 밖에 되지 않으며, 퇴소 이후에도 실질적인 자립을 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들이 많은 상황에서 이와 같은 강제적인 공동생활만을 강요할 수는 없다. 때문에 각각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개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등을 재정비해야 한다. 시설중심 지원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지원서비스로 전환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세 번째, 교육권 및 자립지원 문제
청소년 비혼모와 관련해 가장 많이 제기되는 문제 중의 하나는 이들의 교육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청소년 비혼모는 학교 및 주변에 임신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출산을 전후해 직장을 그만두었던 비혼모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배가 불러오기 전에 학업을 중단한다.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 비혼모, 비혼부들 중 86.8%에 이르는 많은 이들이 다시 학업을 지속할 수 있기를 원한다. 그러나 아이 양육문제 때문에 곧바로 학업을 이어가지 못하며 가족과 정부의 지원 없이는 학업과 자녀양육 및 생계유지를 병행하는 것 자체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청소년 비혼모, 비혼부들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서는 부모양육교육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학업지속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영국의 경우 비혼모에게 주 3회만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하는 별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등에서도 비혼모, 비혼부를 위한 대안학교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청소년 비혼모, 비혼부도 임신을 전후한 병가 및 휴학을 인정해주어 학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고, 대안학교 및 검정고시 지원 등을 통해 자녀양육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청소년 비혼모, 비혼부가 학교에서 자퇴나 전학을 권고 받지 않도록 차별금지법 등의 해결책이 함께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일례로 서울학생인권조례에서 차별금지 항목으로 임신 및 출산과 관련된 항목이 제정된 바 있다. 이와 같은 지점이 비단 서울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확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학업을 그만두거나 임신 및 출산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어 버린 비혼모, 비혼부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자립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이들의 경제활동이 충분한 소득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때문에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취·창업 및 직업훈련은 필수적인 지점이다. 하지만 현재 일부 시설에서 제공하고 있는 직업훈련은 노동현장의 빠른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다양한 직종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이 개설되어 있지 않아 소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식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이와 같은 자립지원 사업은 청소년에게 한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이미 출산으로 경력단절을 겪은 성인 비혼모를 위한 자립지원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직업교육을 성인에게까지 확대해야 하며, 직업전문학교 등과의 연계를 통해 자신의 욕구와 필요에 맞는 보다 전문적이고 다양한 직업교육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네 번째, 복지서비스 문제
앞서 제시한 실질적인 문제 이외에 이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정서적, 심리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인터뷰에서는 비혼모들이 가장 많은 상담을 해 오는 것이 심리적인 문제이며, 비혼모라는 이유로 아이의 탄생에 축복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였다. 실제 비혼모 지원시설에서 제공하는 교육서비스 중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프로그램으로 자아성장 프로그램, 상담 프로그램이 많이 꼽히며, 이는 비혼모, 비혼부에 대한 정서적인 지원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경제활동을 하는 비혼모나 비혼부는 아이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으며, 아이가 아플 때 이를 돌보아줄 이가 없다는 것 역시 힘든 점이다. 아이의 간병을 위해서는 제대로 일을 하기 힘든데, 또 병원비를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일종의 역할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비혼모, 비혼부를 위한 보육지원 및 의료서비스 지원을 통해 양육과정에서 오는 어려움을 해소해줄 수 있어야 한다.
단순한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보다 직접적으로 아이의 교육과 놀이를 지원해줄 수 있는 양육지원방안 역시 필요하다. 아이는 놀이를 통해서 감각을 익히고 경험하면서 성장해나가는데, 비혼모, 비혼부로서 경제활동과 육아를 병행할 경우 아이와 교육과 놀이를 함께 할 시간 자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아이가 아버지나 어머니 중 한 쪽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롤모델이 없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이혼이나 사별한 부부의 아이는 상대방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어 아이가 어느 정도 아버지나 어머니 존재를 인식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비혼모와 비혼부의 자녀는 관계 맺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처럼 상대방의 부재로 인해 나타나는 아이 양육에서의 어려움은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따라서 아이들을 위한 놀이지원, 역할모델지원 등 보다 직접적으로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불편과 불행 사이
비혼과 미혼의 차이,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이들에게 가해지는 사회의 부정적인 편견과 시선, 그로부터 오는 실질적인 어려움들. 기획을 준비할 당시부터 여러 가지 지적하고 싶은 지점들이 많았다.‘ 보통의’가족형태와 다르기 때문에 불편한 것이 많고, 한국 사회에서 비정상적이라 여겨지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이들이 받아야 하는 상처와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비혼모와 비혼부에 대한 여러 자료와 기사들은 이들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으며,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얼마나 부족한가에 대해서 열성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삼청동 근방의 작은 컵케이크 가게 <달콤한 네 손>을 찾아갔을 때 만났던 인터뷰이는, 그러나 생각했던 것보다 밝고 씩씩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 주었다. 여러 조사 자료와 복잡한 문서들에서 비추어졌던 이들과 달리, 아이의 이야기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행복해보였다. 물론 그녀라고 하여 비혼모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과 편견, 혹은 기존 인간관계의 단절에서 오는 소외, 경제적 어려움과 직장문제 등을 겪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인터뷰 중에 나온 힘들었던 과거의 이야기들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생생했으며, 담담한 목소리에서는 어떤 절망감과 분노마저도 엿볼 수 있었다. 자존감을 회복하지 못해, 웃는 아이 앞에서 도저히 힘이 나지 않아 우울증을 겪었다고도 했다. 그녀는 자신이 그렇게 쾌활한 모습을 되찾게 된 것은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 “저는 미혼모에요”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그녀의 웃음소리에서 우리는 이야기 속 그녀와는 180도 다른 새로운 행복의 기운을 엿볼 수 있었다. 그녀의 밝은 모습은 단순히 마음가짐과 태도의 변화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 기반에는 편견 없이 자신을 받아주었던 친정가족의 정서적인 지지와 한부모가족지원센터에서 받은 심리상담 및 자아성장 프로그램, 비혼모를 위한 자립 프로젝트 ‘컵케이크 스쿨’, 그리고 지금의 이 <달콤한 네 손>이 있었다. 사회적 시선에서 오는 불편함도, 비혼모로서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겪어야 했던 어려움도 해소된 그녀는 지금 행복해 보였다. 오히려 힘을 얻고 가는 것은 우리 쪽이었다.
물론 여전히 자존감을 회복하지 못하고 경제적 어려움과 심리적인 억압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비혼모, 비혼부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 시선에 움츠러드는 부모 아래에서 방황하는 아이들이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여전히 이들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불편하기만 하고, 지원정책은 부족하기만 하다. 그러나 한 비혼모는 “비혼모, 비혼부는 사회적인 편견과 부정적인 시선 속에서 조금은 힘들게 살고 있을 것이라는 것도 하나의 선입견”이라고 이야기한다.
실은, 이들은 그저 일반적이라고 받아들여지는 형태의 가족이 아닐 뿐 평범한 가족이고, 불편한 일이 많을 뿐 동정 받아야 할 대상은 아니다. 불편한 것과 불행한 것은 다르다. 누군가는 상처받았고 누군가는 괄시받았다 할지라도, 이들은 단지 조금 더 힘들 뿐이며 이것이 곧 불행한 삶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불편한 것을 불행한 것으로 바라보고, 불행한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은 관습적인 정상가족에 익숙해져 있는 사회이며, 이들을 바라보는 일상생활에서의 시선이었다. <달콤한 네 손>의 인터뷰에서 나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사라진, 비혼모, 비혼부들도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행복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어떤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비혼모, 비혼부인 것만으로 그들이 불행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들을 불편하게 하는 그 시선과 억압이 사라진 자리에서 그들은 다시, 비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사실 이들이 정상가족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고통 받고 있다는 것보다, 어떠한 가족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지에 관계없이 이들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으며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이들의 삶 역시 지금의 억압적 현실이 전부가 아니다. 삶은 지속되고, 그 지속되는 미래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가 있다면, 그리고 그 변화를 통해 이들이 조금 더 사회 안으로 수용되고 긍정될 수 있다면, 이들의 삶이 불행하거나 불편해야 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 비혼모, 비혼부도 역시 행복을 이야기할 수 있음을, 전하고 싶다.
1. 아래 논의는 주로 비혼모를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비혼부의 경우 역시 어려움의 양상이 크게 다르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대부분의 자료는 한부모가족, 혹은 비혼모를 대상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비혼부에 대해서는 그 비율이나 수치 이상의 정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 보건복지부 자료 참고
3. 오는 3월, 서울에 20가구의 부자가정이 입주할 수 있는 부자보호시설이 추가로 건립되어 11월부터 운영될 것이라 하니, 간신히 올해 말에야 전국 두 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